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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또 꿈을 꿉니다

당신은 당신의 연인, 사란과 해질 녘 어느 길을 둘이서 나란히 걷고 있습니다.

 둘이서 한 포대씩, 슈퍼에서 산 짐을 들고 실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당신을 돌아보며 물어보는 그에게 대답하려는 그 때.

 그 때...― ―?

 〇월×일

일기 정도는 아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적어두자고 생각했다.

 〇월×일

 마루에 피로 그린 흔적을 쌔가 빠지게 청소해 보았지만 지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혹시 쿠루미가 방에 들어왔을 때 봐버리면 곤란하니까. 나중에 선반을 옮겨서 가려둬야지.

그러고 보니 그 ■ ■이 쓰여진 책도 숨길 장소를 생각해야겠다.

내 방에 숨기는 것도 불안하니까….

 어쨌든, 칼의 준비는 완벽하다

나에겐 불가능하지만 분명 쿠루미라면...

〇월×일

 쿠루미, 널 걱정하는 것 뿐이야.

단지 그것 뿐인데 왜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거야...

내가 ■ ■ ■ ■ ■ 여서인걸까…

 ■ ■ ■ ■ ■였다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〇월×일

 (뭔가 적힌 흔적이 있으나 페이지가 검은 색으로 도배되어있어 읽을 수 없다)

〇월×일

 또 하나, 약속 한 것이 늘었다.

오늘도 당신은 꿈을 꿉니다.

그것은, 간밤에 꾼 꿈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즐겁게 이야기를 하며 번화가를 걷고 있는 당신과 그.

 그 때,

쾅 하는 큰 폭발음이 울리며 뒤에서 비명 소리가 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라는 생각을 할 새도 없이 큰 외침소리와 동시에 누군가에게 거칠게 밀려 곧 당신의 몸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습니다.

코를 찌르는듯한 타는 냄새와 지독한 철 냄새

통증을 참으며 간신히 눈을 뜨자 당신의 시야에 보인 것은

 전복된 채 박살이 난 승용차와 그 밑에 간신히 보이는 새하얀 팔.

 아스팔트에 천천히, 빨간 웅덩이가 퍼져 나가고 ...― ―

MP흡수의 주문

 이미 발동하고 있는 마술의 효과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다른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지불하는 주문.

이 주문을 사용하면 희생자는 반경 10m안에 있는 타인 중에 무차별적으로 선정되며 대상은 바로 사망한다.

그리고, 사용자는 일정량의 정신력을 상실한다.

영속하는 주문이 아니라서 유지시키고 싶은 마술의 규모에도 의하지만, 적어도 2주일에 한번은 주문을 걸 필요가 있다.

〇월×일

완전히 약해져 버린 쿠루미는 원래의 시작도, 지난번 약속까지 이 마을에 오면서 대부분의 기억을 잊고 만 것 같다.

분명 이것이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

지금 상태의 쿠루미가 다시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내가 ■ ■ ■ ■ ■임을, 이번에야 말로 모든 걸 받아들이고 제대로 끝내줄지도 모른다.

 〇월×일

지금은 그저 온화하고 평온한, 행복만이 계속되는 나날.

싸움만 한 최근 일이 거짓말 같아서, 그게 너무 괴로워서 울게 된다.

이대로라면 결심한 것이 흔들릴 것 같다.

쿠루미를 위해서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〇월×일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너만큼은 행복해졌으면.

나도, 그리고 ■ ■ ■ ■ ■도 분명, 단지 그것만을 바랄거야.

그러니까 쿠루미.

쿠루미는 꼭 살아서 행복해야 해.

 〇월×일

새로운 병원 의사의 권유로 오빠와 내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시작했다.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필요한 재활 같은 거라고 한다.

하지만 솔직히 마음에 내키진 않아

이렇게 해서 내 손으로 오빠와의 일을 하나씩 과거로 묻는 작업이라니.

 〇월×일

오늘도 혼자 소설을 쓴다.

정말 고통스럽다.

너무 싫고, 싫어서 어쩔 수 없다.

오빠와의 즐거운 추억을 골라서 엮고 있는데 오빠가 없는 현실로 돌아갈 때마다 공허함이 느껴진다.

언제까지 계속하면 될까.

왜 오빠는 없는거야. 어째서...

 ....

한동안 비슷한 내용의 일기가 쓰여져 있다

 〇월×일

오빠가 돌아왔어!

〇월×일

자고 일어나도 오빠는 변함 없이 내 옆에 있다.

마치 꿈 꾸는 것 같아.

하지만 이건 꿈이 아니야. 꿈이 아니야!

오빠의 방을 마련했다.

오늘부터 전처럼 둘이서 함께 사는거야.

 ...

(얼마 동안 그와 함께인 일상이 담긴다)

 ...

 〇월×일

소설이다.

무슨 이치인지는 모르지만 소설에 쓴 것은 현실이 된다.

정확히 말하면 오빠에 관한 부분만.

얼마 전 부터 갖고 싶던 것을 오빠가 선물로 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소설에 그렇게 썼기 때문이다.

즉, 지금의 오빠는 그 소설에...?

 〇월×일

어젯밤 잠도 못 자고 계속 생각해봤지만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하지만 계기는 이 소설이다. 그것은 틀림없어.

 어쨌든, 이 일은 오빠에게는 절대 알려져서는 안 된다.

알게 되면 오빠가 괴로워할 거야

 〇월×일

 오빠가 소설을 읽어버렸다!

감이 좋은 오빠는 모든 걸 알아차려버리고서, 하필 자신이 가짜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오빠는 오빠라고 여러 차례 전달했다.

 그러나 오빠는 그 말을 납득하지 않아.

 〇월×일

그런 걸 할 생각이... 그런 걸 할 생각이…

이제 소설의 계속은 쓰지 않는다.

다시는 쓸 수 없도록 해야 해.

마지막으로 하나만 추가 기재하고 지금까지 쓴 원고도 모두 봉인한다.

 당신은 원고의 종이뭉치에 칼을 꽂았습니다.

그러자 원고가 마치 종이에 불타 재가 되는 듯 나이프를 찌른 부분부터 까맣게 타 들어가 부서집니다.

찌이익, 하고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원고가 종이 조각으로 모습을 바꾸어 가고

그의 몸 또한 종이조각처럼 갈라지며 떨어져나가고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 당신이 사랑했던, 당신을 사랑해 마지않았던, 당신의 애인, 사란은 당신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 짓습니다.

그 때,

그의 따스한 목소리가 귀에 닿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

 ― ― 문득 정신이 들자

 당신은 방안에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손에는 무딘 은빛으로 빛나는 칼.

발 밑에는 타버리고 남은 회색 빛의 종이 조각이 군데군데 쌓여있습니다.

방금 전까지 같이 있던 그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습니다.

바닥에 흐트러진 종이조각들만이 그가 방금 까지 당신과 함께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입니다.

 그것들도 열려있는 창문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에 휩쓸려

점점, 덧없이 무너지고 사라지겠지요.

당신이 만든 이야기는 당신의 손으로 끝을 맞이했습니다.

 이제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건가요?

그의 바람대로 언젠가 해피엔딩으로 끝날까요?

그것은 미래의 당신만이 알 것입니다.

 TRUE END: 혼자만의 엔드 롤